올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매출 성장은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샤넬이 국내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가격을 올리는 등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2분기 명품이 속한 해외 패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2분기 명품을 비롯한 해외 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9%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나타난 보복 소비로 명품 매출이 33.1% 증가한 지난해 2분기보다 추가로 성장한 것. 또한 이는 같은 기간 기존점포 매출 증가율(13.6%)을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다.
명품에 강점을 보유한 '세계 1위' 백화점 신세계 강남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해외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 해외패션 매출 증가율은 22.2%로 집계됐다. 명품과 함께 남녀 패션 매출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면서 신세계는 올해 2분기 증권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돈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백화점 명품 매출 증가율이 30~40%대에 달한 지난해 2분기보다 오름폭은 둔화됐지만 여전히 두자릿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것.
거리두기 해제와 해외여행 재개에도 불구하고 13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 등의 요인이 작용하면서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이 여전히 우상향 추세를 이어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30대의 과시형 소비문화인 '플렉스' 확산도 명품 소비를 지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롯데멤버스가 롯데그룹 백화점·마트·슈퍼·편의점·아울렛·면세점·가전양판점 등 유통채널의 2020년과 2021년 명품 구매건수를 분석한 결과, 20대의 구입건수는 2018~2019년보다 70.1% 뛰었다. 평균 증가율(23%)을 상회한 동시에 전 연령층 중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올 들어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배짱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샤넬코리아가 지난 10일부로 올 들어 세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만 네 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줄줄이 인상에 나섰. 이달 대표제품인 '클래식 라인' 가격 인상으로 플랩백 스몰과 미디움은 각각 인상 전보다 5%씩 오른 1160만원, 1239만원에 팔리고 있다.
샤넬뿐만 아니라 지난해 다섯 번 가격을 인상한 루이비통이 올해 초 가격을 다시 올렸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도 올해 네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은 세계 7위(지난해 기준 141억6500만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3대 명품' 에르메스(5275억원), 루이비통(1조4681억원), 샤넬(1조2238억원)의 매출은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명품시장 호황기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초 이후 리셀(되팔기) 시장에서 샤넬 핸드백과 롤렉스 시계 등 주요 인기 품목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