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급변에…"10년만 피팅산업 슈퍼사이클 온다"

입력 2022-08-10 15:45
수정 2022-08-10 15:4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피팅(관이음쇠) 관련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LNG 터미널 및 선박 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춘 성광벤드와 태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광벤드는 전일 대비 13.36% 올랐다. 한 달간 30% 가까이 급등했다. 태광(18.05%), 하이록코리아(9.68%), 비엠티(5.96%) 등 피팅 업체들도 일제히 전일 대비 올랐다. 피팅은 LNG 및 석유화학 플랜트, 조선업 등에 쓰이는 관이음쇠다. 주배관에 사용되는 용접용과 주배관 내 흐름을 조절하는 계장용으로 나뉜다. 성광벤드와 태광이 용접용 피팅을 제조하며 하이록코리아, 비엠티 등은 계장용 피팅을 생산한다.

피팅 기업들이 선전하는 원인으로 천연가스 공급망 개편에 따른 높은 실적 기대감이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자, 유럽은 미국산이나 중동산 LNG로 눈을 돌렸다. 아시아 국가들도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처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공급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의 70%이상을 대체할 수 있는 LNG 수입 터미널 4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LNG를 나르는 선박 발주도 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LNG관련 프로젝트 및 글로벌 수요 확대 등을 감안하면, LNG선 수요 역시 203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카타르는 올해부터 LNG선 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피팅 기업이 신규 수주를 발판삼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피팅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광벤드와 태광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저유가로 산업이 침체돼, 용접용 피팅 부문 대형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성광벤드와 태광을 포함해 4개 회사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용, 기술력 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기도 어렵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성광벤드와 태광은 규모와 납기 대응력, 품질, 기술력 측면에서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하반기 신규 수주 모멘텀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성광벤드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매출액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전년대비 약 45% 늘어난 1984억원이다. 태광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