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실업률은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는 1년 사이 80만명 넘게 늘었고 고용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역대급' 물가 상승세와 '역대급' 고용 호조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기존에 예고했던 것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4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2만6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5월 93만5000명, 6월 84만1000명에 비하면 적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연간 30만명 안팎 취업자가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강력한 고용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취업자 증가세는 17개월 연속 이어졌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7만9000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58%가 60세 이상인 셈이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9만2000명 늘었고, 30대는 6만2000명, 50대는 19만4000명 증가했다. 40대 취업자는 1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40대를 포함해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44.4%에서 46.2%로 1.8%포인트 오른 가운데 15~29세 고용률은 45.5%에서 47.7%로 2.2%포인트 올랐다. 30대 고용률도 75.3%에서 77.5%로 2.2%포인트 상승했다. 15세 이상 전체 연령층의 고용률은 62.9%로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 오르며 1982년 월간 고용률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7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의 질도 직접일자리에 의존한 문재인 정부 시기보다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해 만든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취업자는 지난달 6만8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13만명 증가했는데,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지난 4월 37%에 비해 13.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취업자가 17만6000명 늘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정보통신업(9만5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5만4000명) 취업자도 늘었다. 다만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1만명 감소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 호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동하는데, 고용 시장에 문제가 없다면 한은이 다른 요인보다 물가 지표에만 집중해 부담 없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오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에도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이상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당초 월가에선 지난 6월과 7월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밟은 Fed가 오는 9월엔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예상치의두 배를 웃도는 52만8000개 늘었다고 발표하자 JP모건은 9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를 50bp에서 75bp로 수정했다. 씨티은행은 100bp 인상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