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폭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이틀 연속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것도 코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10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2% 내린 개당 2만2279달러에 거래됐다. 1주일 전에 비하면 1.1% 떨어졌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도 일제히 하락세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5.3% 내린 1677달러에 거래됐고, 리플(-3.9%) 에이다(-4%) 솔라나(-5.3%)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주요 코인은 지난 이틀 간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약 2.7% 내린 3065만8000원에, 이더리움은 3.9% 내린 225만7000원에 거래됐다.
투자자들은 오늘 밤 발표를 앞둔 미국의 7월 CPI를 기다리며 움직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CPI가 9.1%까지 치솟으며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만큼 7월 CPI는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8.9%였던 전망치는 이제 8.7%로 더 내려왔다. 최근 들어 가팔라진 에너지 가격 하락세 덕분이다.
미국 CPI가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의 향방과 그에 따른 Fed의 향후 행보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정점론'과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면서 시장 일부에선 Fed가 9월 금리 인상폭을 50bp로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75bp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만약 CPI가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는지 여부"라면서 "거시경제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 금융 플랫폼 레든의 마우리치오 디 바르톨로메오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매크로에 따라 움직이는 대부분의 자산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의 가격은 Fed의 금리 정책 향방에 달렸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나스닥 시장도 하락세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19% 하락했다. 전날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한 엔비디아에 이어 미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가이던스를 낮추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코인 시장에선 코인베이스의 주가 급락이 이슈였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2분기 매출이 8억83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64% 급감한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보다도 소폭 낮았다. 2분기 순손실은 11억달러로 1년 전(15억9000만달러 순이익)보다 대폭 적자 전환했다.
앨리의 린지 벨 전략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8월 고용보고서와 CPI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시장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