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기면서 3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할머니 이모 씨(72)는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두 딸과 손녀를 잃은 심경을 전했다.
이 씨는 "둘째 딸이 내 병원 일정에 맞춰 하필 이날 휴가를 냈다"며 "(내가) 병원에 입원하지만 않았어도 얘는 (출근해) 살았을 텐데 난 엄마도 아니다"라고 자책했다.
이 씨의 발달장애를 가진 큰딸 B 씨(48)와 작은딸 C 씨(47), 그리고 C 씨의 딸인 손녀 A양(13)은 8일 밤 자택 안으로 빗물이 들어차면서 변을 당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C 씨가 사고 당일 밤 8시 37분 전화를 걸어와 "엄마 물살에 (열려있던) 현관문이 닫혀버렸는데 수압 때문에 안 열려"라고 울먹였다고 전했다.
이후 C 씨는 8시 43분과 8시 53분 지인에게 "119가 전화를 아예 안 받는다"며 도움을 청했는데, 마지막 통화에서 통화음이 지지직거리며 연결이 끊겼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두 딸과 손녀를 잃은 이 씨는 "모든 게 거짓말 같다"며 "둘째 딸은 장애 있는 언니를 매일 목욕시키면서도 짜증 한번 안 냈다"고 오열했다.
또 "쉬는 날이면 언니와 딸을 데리고 소풍을 다녀오는 착한 딸이었다"며 C 씨가 최근 딸과 언니의 방에 새 침대를 들여놓고 새로 꾸몄다며 찍은 방 사진을 꺼내 보기도 했다.
이 씨는 손녀 A 양이 자신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도 공개했다. 문자에서 A 양은 "할머니 병원에서 산책이라도 하시면서 밥도 드시고 건강 챙기세요.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계세요!"라고 적었다. 이에 이 씨는 "오냐. 내 강아지 고맙다"라고 답했다.
이 씨는 7년 전 이 반지하 집으로 이사 왔다면서 "사용한 비닐봉지까지 씻어 다시 써가며 모은 돈으로 처음 장만한 집이었다. 이사 올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울먹였다.
병상에서 온종일 울었다는 이 씨는 "내 형편에 남한테 크게 베풀고 살진 못했어도 빚지거나 폐 끼치고 살진 않았다. 우리 가족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며 통곡했다.
한편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자정께 이곳에서 B 씨와 그 여동생 C 씨, C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됐다.
C 씨는 전날 밤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에게 참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지인이 오후 9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배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 당국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나, 작업 후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