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중부지방 일대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4072대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심 곳곳에서 침수·정전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오는 10일까지 많은 양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외제차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폭우 피해가 집중된 만큼 침수에 따른 손해액이 급증할 전망이다.
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중부지방에 최대 400㎜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와 낙하물 피해는 4072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은 559억8000만원이다. 상위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합계가 8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보험사 기준 차량 피해액은 6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폭우는 외제차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 지역으로 피해가 집중된 만큼 침수에 따른 손해액이 급증할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 측 진단이다. 오는 10일까지 중부지방에 최고 350mm 이상의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추가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고유가 등의 여파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개선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반기 급등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 상승은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폭우가 강남 지역에 집중됨에 따라 외제차 피해 규모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정된 손해액은 외제차 시세 일부를 반영한 것으로 향후 실제 반영 손해액은 대폭 늘어날 여지가 크다"며 "통상 상반기보다 하반기 손해율 악화 가능성이 커진단 점까지 감안하면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하면서 손해보험사 주가는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롯데손해보험은 전날보다 35원(1.97%) 떨어진 1740원에 장을 마쳤다. 흥국화재(1.90%), DB손해보험(1.85%), 한화손해보험(1.17%), 현대해상(0.88%)은 1~2% 안팎으로 내린 채 마감했다. 폭우로 인한 차량 침수…'자차 담보' 차량 손해 보상천재지변으로 인한 자동차 침수 피해 시 운전자가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를 들었다면 대부분 피해의 100%를 보상받을 수 있다. 자차 담보에 가입돼 있다면 피해를 당한 시점이 주차 중인 당시였는지, 운전 중인 당시였는지와 관계없이 모두 보상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천재지변 사고 시 피해에는 할증이 붙지 않는다. 만약 차량을 폐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폐차 후 2년 이내 새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 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단 운전자가 뉴스 특보 등으로 재난 정보를 접하거나, 홍수 발생 예보를 미리 인지했다면 할증이 붙을 수 있다. 운전자 과실이 일부 인정돼서다. 장마나 태풍이 예보됐는데도 저지대에 차량을 주차해 침수된 경우, 이미 물이 차 있는 도로를 무리하게 주행하다가 침수된 경우, 운행제한구역을 지나가다 침수된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불법주차 등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차를 세워뒀다가 침수 피해를 보면 보험료 할증 대상으로 분류된다.
자차 담보를 들었음에도 아예 보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우선 차 안이나 트렁크에 있는 물건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 놓은 채 주차했다가 빗물이 차 안으로 들어와 피해를 봤을 경우에도 보상받을 수 없다. 단, 전날과 같이 기록적인 폭우로 창문과 선루프 개폐와 상관없이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 만약 고의로 차량을 침수시킨 경우라면 보상이 불가한 것은 물론 보험사기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상습 침수 지역에 차량을 일정 기간 주차해두거나, 침수된 도로에 차량을 버리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침수 사고 시 무리하게 시동을 걸지 말고 일단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손해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엔진에 물이 들어간 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주변 기기에도 물이 들어가서 추가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 중 차가 침수됐다면 시동을 끄고 차량을 곧바로 견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침수가 되지 않았더라고 비가 내릴 때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감속 운전하고 변속기를 저단 기어에 놓고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서 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