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수출국' 노르웨이 "전력 수출량 줄이겠다"…에너지 전쟁 가세

입력 2022-08-09 11:21
수정 2022-08-26 00:02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계속 낮아질 경우 유럽으로의 전력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유럽의 최대 에너지 수출국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을 줄이려다 올 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가 가속화된 유럽 국가들이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으로 더욱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석유에너지장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정부는 수력발전소 저수지의 충수와 국내 전력 공급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저수지의 수위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전력 수출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정책 방향은 다음주에 당국자들이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저수지 수위가 계절 평균보다 낮을 경우 수출이 제한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자국 거리의 가로등과 산장 등에 대한 전기 배급제도 검토했지만, 이 방안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전력 및 에너지 수출국이다.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전력은 케이블망을 통해 영국을 거쳐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전역에 공급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수력 발전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전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여론 압박으로 인해 노르웨이의 중도좌파 정부가 수출량을 제한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정부에 유럽 에너지 위기가 끝날 때까지 에너지 및 전력 수출 중단을 요구해왔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판매로 기록적인 수입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높은 전기료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노르웨이가 비록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 단일 에너지 시장의 일부이며 케이블에 관한 양자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수출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버텨왔지만, 결국 백기를 들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 건조한 날씨를 겪은 이후 자국 수력발전소들의 수위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내내 유럽으로 전기를 수출했다. 노르웨이 수자원에너지국에 따르면 노르웨이 남부 저수지의 수위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4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남부는 전력 수출 케이블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노르웨이는 자체 전력 수요가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1990년 이후 전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정체되거나 감소했지만, 노르웨이의 전력 소비는 같은 기간 동안 거의 25% 증가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기자동차 사용을 장려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면서다.

유럽 전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난이 심각해지면서 치솟는 에너지 요금과 전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의 이번 결정이 유럽 국가들에 또 다른 에너지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컨설팅 기업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는 "노르웨이의 행보는 유럽의 전력 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영국이 노르웨이산 전력 수입량의 부족분을 메우려면 내달 영구 폐쇄하기로 예정돼 있던 석탄 공장을 재가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