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를 기회로?…1박에 30만원까지 받은 강남 모텔

입력 2022-08-09 10:55
수정 2022-08-09 11:22

지난 8일 서울 곳곳에서 차량이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고가 이어진 가운데, 서울 강남구 인근 숙박 시설이 평소보다 두배 넘는 가격을 받고 객실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시간 강남 모텔 숙박 가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호우경보가 내려진 당일 숙박 앱 화면을 갈무리해 올리면서 "호우가 시작되고 숙박비가 2배 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A 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강남역과 역삼역 등의 호텔과 모텔은 대부분 예약이 마감된 상태이며, 남아있는 방의 가격은 25만원에서 30만원대에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진짜 바가지요금 너무 심하다", "호우로 집에 못 가는 직장인들 상대로 참...", "이런 건 단속 못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대부분의 방이 나가고 파티룸 같은 비싼 방만 남아있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경닷컴 취재 결과 해당 호텔들은 파티룸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으며, 평일 기준 가장 비싼 방은 10만원에서 18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강남 내 다른 일부 호텔과 모텔도 마찬가지였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당일 많게는 2배에서 3배까지 가격을 높여 객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며 퇴근을 포기한 시민들이 인근 숙박 시설로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평소 4만 원이던 숙박업소를 비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예약해야 했다.

하지만 이를 전부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숙박업소 가격이 평소 대비 많이 올랐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이에 관한 민원도 받지 않는다"며 "다만 비용에 포함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거나 일방적인 취소,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환불이 불가한 점 등에 대해서는 민원 접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시 "숙박업소의 요금 부풀리기와 관련한 단속 등의 경우는 우리 임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