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커넥티드(연결성), 자율주행,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기술 등을 도입해 디지털 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데이터는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을까.
자동차에 관한 정의가 바뀌고 있다. 바퀴가 달린 내연기관이었던 자동차가 거대한 전자 제품으로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자동차 안으로 들어온 신기술도 다양하다. 커넥티드(연결성), 자율주행,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기술 등이 속속 자동차로 들어가고 있다. 데이터, 미래 먹거리의 새로운 희망자동차 산업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기술 발전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작으로 자동차 업계의 경영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주목받게 된 것처럼 말이다. 원자재 및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심화하는 경쟁, 지속 가능성 등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생존이 달린 시험대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이런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앞으로 자동차 하드웨어 개발을 통한 이익은 미미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연결된 서비스가 주된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 조사에서도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2030년까지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 창출’을 꼽았다. 데이터의 확보와 분석이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이자 능력이라는 뜻이다.
생산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예측완성차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인 분야는 생산, 제품, 유통이다. 정보통신, 각종 센서 및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으로 제조 및 판매 전 과정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다. 생산 부문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팩토리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대표적이다.
HMGICS는 소비자의 선택 및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생산을 조율한다. 한 생산라인에서 색상 및 선택 사양만 다른 같은 차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 취향과 부품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한다. 이를 위해선 스마트 팩토리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빅데이터와 분석 능력이 꼭 필요하다.
가령, 미국 포드는 구글과 손잡고 전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 구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부터 제조 및 조립 공정, 공급망 개선을 추진한다. 클라우드에 축적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 제조 단계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포드는 구글과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공장 운영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개선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역시 빅데이터가 핵심자율주행 시대를 위해서도 완성차 기업의 데이터 역량은 필수적이다. 완전 자율주행을 하려면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와 여러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주변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교통 인프라, 주변 자동차 등과 통신해 차량 흐름을 확인하고 다양한 변수도 예측해야 한다. 자동차 한 대가 자율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성된다는 얘기다. 데이터양이 많을수록 주행 정확도가 좋아지니, 데이터 관리 역량이 곧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의 핵심 요소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 확보와 분석력이 기업의 생존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라 그렇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인력 강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엔 중국에 해외 첫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했고, 2030년엔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빅데이터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데이터 활용 능력의 확장도 중요하다. 현대차·기아가 데이터 오픈 플랫폼인 디벨로퍼스를 통해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하는 게 전략이다. MS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고, 이용하는 데 필수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자다. MS가 구축한 인프라로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가능한 한 빨리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파워트레인·편의사양 최적화…차량 전용 OS시대
현대차, 커넥티드카 생태계 구축…증강현실·인포시스템·간편결제 구현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첨단 편의사양 등을 최적화하는 운영체제(OS)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OS는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차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도 쓰일 전망이다. ○차량 전용 OS의 시대
자체 OS 운영은 데이터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른 기업의 기술이 아닌, 자체 OS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완성도 높은 OS는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등 부가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OS 분야의 변화에 대처해 커넥티드카 생태계를 구축했다. 지금은 독자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cOS)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2019년에는 ccOS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차량 내 간편 결제, 필기 인식 등을 탑재한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지난해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용 전기차인 GV60를 통해 최신 ccOS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OS를 독자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도요타 계열사뿐 아니라 다른 일본 완성차 브랜드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다임러도 2024년 공개를 목표로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속 판매로 이어지는 고객 정보 데이터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행동 분석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이나 화장품 브랜드의 직원이 태블릿에 고객 방문 횟수부터 주요 방문 시간대, 제품 섹션별로 머문 시간, 선호하는 색상, 구매한 제품 등을 입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의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해 추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엔트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고객이 직접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옵션과 색상 등을 정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판매량이 아닌 온라인 판매 이면에 있는 순기능이다. 캐스퍼 온라인을 이용한 고객의 선택과 구매 정보(데이터)는 제품 및 마케팅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년간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는 물론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성 이슈 등으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기반 전략 비즈니스 개발을 담당하는 데이터 커맨드 센터는 ‘넥스트 모빌리티 프로젝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로 변화하는 트렌드의 근간에는 데이터가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는 데이터에 기반한 모빌리티를 근간에 두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모빌리티의 시대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나 데이터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빅데이터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요소다. 게다가 연구·개발, 상품성 향상, 마케팅, 경영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가 데이터를 손에 넣은 기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다. 김형규 기자
김형규 기자/도움말=현대자동차 온라인미디어 HMG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