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이 투자한 에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가 ‘AOC1001’의 1·2상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밝혔다. 에비디티는 AOC1001을 성인 제1형 근긴장성 이영양증(DM1)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약 44명의 성인 DM1 환자 대상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맥 내 투여된 단일 및 다중 상승 용량의 AOC1001의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한다. DM1의 핵심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로 알려진 ‘spliceopathy’ 및 ‘DMPK’ 조절 기능 등을 확인한다.
올 4분기에 임상 참가자 중 약 절반을 대상으로 안전성, 내약성 및 주요 바이오마커에 대한 예비 평가(preliminary assessment)를 실시할 계획이다.
AOC1001은 에비디티의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회사가 개발한 플랫폼인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접합체(AOC)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항원을 찾아가는 항체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원료로 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결합해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AOC1001은 질병 관련 메신저리보핵산(mRNA)의 일종인 DMPK 수치를 감소시켜 DM1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트랜스페린 수용체 1(TfR1)'에 결합하는 항체가 포함돼있다. TfR1은 DMPK를 표적(타깃)하는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과 연결돼있다.
DM1은 주로 골격 및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근긴장증 및 근육 약화, 피로, 심장 이상, 심각한 위장 합병증, 인지 및 행동 장애 등을 유발한다. 현재 DM1 환자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전임상 연구에서 AOC1001은 siRNA를 근육세포에 전달해 골격, 심장 및 평활근을 포함한 광범위한 근육에 걸쳐 DMPK를 지속적이고 용량 의존적으로 감소시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AOC1001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FDA는 지난해 10월 AOC1001을 신속심사(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대상 약물은 FDA와 개발 단계 및 허가 승인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가 가능하다. 또 2상이 끝나고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및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신청이 가능해 신약 허가 신청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
스티브 휴즈 에비디티 최고의료책임자(CMO)는 “회사의 AOC 치료제가 DM1 및 또 다른 희귀질환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비디티는 연내 회사의 또 다른 AOC 기반 파이프라인인 안면견갑상완 근이영양증(FSHD) 치료제 후보물질 ‘AOC1020’도 임상 1상 단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FSHD 학회 국제 연구 회의(FSHD IRC)’에서 긍정적인 AOC1020 전임상 결과(데이터)를 발표했다. AOC1020의 근육 약화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FSHD에 대해 승인된 약은 없다.
에스티팜은 2018년 에비디티에 첫 투자를 시작해 올 3월 말 기준으로 0.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API) 사업을 하는 데 에비디티의 AOC 플랫폼이 도움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특정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여기에 AOC처럼 항체를 활용하면 적응증 확대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에비디티의 AOC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또 있다. 일라이 릴리다. 2019년 릴리는 이 선급금 2000만달러와 1500만달러의 지분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에비디티와 AOC 기반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에비디티는 릴리의 신약 개발 및 승인, 판매에 대한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4억500만달러를 받게 된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