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기숙사와 여교사 화장실 등에서 무려 700회에 달하는 불법 촬영을 한 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2부(진현민 김형진 김길량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상습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다만 이 역시 1심보다 이수 시간과 제한 기간이 다소 줄었다.
A씨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근무하던 학교 여학생 기숙사 샤워실과 여자 화장실 등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고 700회 이상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의 쟁점은 여학생들이 화장실·샤워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 청소년성보호법이 금지하는 '성 착취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 혐의가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하는 성 착취물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영상물을 뜻하는데, 단순히 용변을 보거나 샤워하는 모습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화장실 이용 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씨가 항소심에서 일부 피해자들과 추가 합의한 것도 감형 요인이 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