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수도권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고가 수입 자동차 1000여 대를 포함한 5000여 대의 차량이 침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2003년 태풍 매미나 2011년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를 넘어서는 ‘역대급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대수는 4072대, 추정 손해액은 559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손보사 12곳을 모두 합한 피해 규모는 4791대, 658억6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3년 태풍 매미(피해 대수 4만1042대·손해액 911억원)와 2011년 수도권 집중호우(1만4602대·993억원) 당시 피해 규모보다는 작지만 아직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이번주 내내 추가 비 소식이 예고돼 있어 역대급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이번에는 고가 수입차 피해가 커 손해액에선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체 침수 차량 1828대 가운데 수입차는 713대에 달했다. 이들 수입차의 추정 손해액은 189억원으로 국산차(1115대·114억원)보다 75억원 많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번에 부유층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서초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수입차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입차는 일반 국산차에 비해 고가인 데다 ‘자기차량손해 담보(자차 담보)’ 가입 비중도 크기 때문에 손해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태풍, 홍수 등으로 차량이 침수돼 파손된 경우 자동차보험의 자차 담보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사에서 수리비나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차량 도어나 선루프를 열어놓은 경우 등 개인 과실이 확인되면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수해로 차량이 완전히 파손돼 다른 차량을 구입해야 할 때 보험사로부터 자동차 ‘전부손해(전손) 증명서’를 발급받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면 차량 취득세 및 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감면 요건은 수해를 본 자동차가 멸실, 파손된 후 2년 이내에 대체 취득하는 차량이다. 새롭게 취득한 차량 가액이 기존 피해 차량 가액(구입가 기준)보다 높다면 이를 공제한 차액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가 부과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