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전드' 게리 플레이어(87·남아공)가 가족 문제로 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엔 장남이 자신 몰래 우승 트로피 등을 경매에 내놓은 사실을 알게 됐다.
플레이어는 9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내 몇몇 우승 트로피와 (우승과 관련된) 기념품들이 아들이자 내 전 매니저인 마크에 의해 경매에 올라왔다"며 "이 물건들은 모두 내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기념품들은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플레이어의 장남인 마크는 플레이어의 3남 3녀 중 둘째다. 마크가 정확히 어떤 물건을 경매에 내놨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플레이어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등이 이번 경매에 나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9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4승을 보유한 플레이어는 골프에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레전드다. 커리어그랜드슬램은 그를 포함해 보비 존스, 진 사라젠,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등 5명만이 달성한 대기록. 플레이어는 이들 중 유일하게 미국 출신이 아니다. 이 같은 업적 덕분에 1974년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일찌감치 헌액됐다.
그런데 가족 문제로 번번이 이미지가 깎이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마크가 운영하는 게리플레이어 그룹과 법정 다툼을 했다가 500만달러()와 성명권, 초상권 등을 돌려받기도 했다. 당시 AP통신은 "정확히 무슨 일로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플레이어의 변호사는 '단지 계약상의 이견이 있었고 500만달러의 특허권 사용료가 플레이어에게 돌아가게 됐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선 차남 웨인이 속을 썩인 바 있다. 당시 플레이어는 마스터스 3회 우승자 자격으로 흑인 선수로는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원로 리 엘더(미국) 등과 개막을 알리는 시타 행사에 참여했다. 엘더가 처음 마스터스 시타에 나서 시청률이 높았던 때였다. 그 자리에서 플레이어의 캐디로 따라온 웨인은 골프볼 '온코어'를 카메라를 향해 의도적으로 노출했다가 적발됐다. 웨인은 온코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웨인의 행동에 많은 골프팬들은 그가 마스터스의 전통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며 비난했다. 웨인은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웨인에게 '영구 출입 정지' 징계를 내렸다. 당시 마크는 동생 웨인이 영구 출입 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제일 먼저 공개하며 "부끄럽고 황당한 일"이라며 웨인을 비난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