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세금 감면 동시에 못 받게 중복지원 줄여 예산낭비 막는다

입력 2022-08-08 18:00
수정 2022-08-09 00:59
비과세·감면을 통해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 규모가 올해 6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600조원대인 재정지출(예산)의 중복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라 두 지출을 연계해 조정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세지출과 재정지출 두 가지를 다 받는 중복 지원을 줄여 재정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재정혁신국을 중심으로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을 연계하는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미 지난 2월 한국재정정보원에 ‘조세지출과 재정지출 간 연계 조정’을 주제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조세지출은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둬야 할 세금을 걷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산과 기능이 같다. 하지만 예산 편성은 기재부 내에서 예산실이, 조세지출은 세제실이 맡고 있다. 정부가 매년 9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조세지출 실적과 추정금액을 담은 조세지출예산서도 첨부해 국회의 심사를 받긴 하지만 예산 편성은 조세지출과 별 연계 없이 따로 이뤄진다.

조세지출과 예산은 매년 빠르게 늘어왔다. 2016년 37조4000억원이던 조세지출 규모는 올해 59조5000억원으로 6년 만에 약 63% 늘었다. 같은 기간 예산도 본예산 기준으로 386조4000억원에서 607조7000억원으로 64%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9%)의 세 배가 넘는다. 이처럼 증가 일로를 걸어온 두 지출을 편성 단계부터 연계시킨다면 지출 증가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현재의 행정 시스템하에선 두 지출의 연계가 쉽지 않다. 용역 연구진은 최근 “예산 편성에서 쓰이는 코드와 조세지출 분류 간 정합성이 떨어져 체계적인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중간 연구 결과를 기재부에 보고했다.

정부의 예산체계는 국방, 교육, 보건복지 등 16개 분야(장)보다 세분화된 69개 부문(관)으로 구성된다. 부문 아래엔 각 부처 실·국 단위에서 이뤄지는 사업 수백 개가 별도의 프로그램(항)으로 배치돼 있다. 반면 조세 체계는 국세 14개와 지방세 11개로 분류된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기재부는 중장기 과제로 두 지출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내 범정부 중장기 재정전략인 ‘재정비전 2050’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지출을 연계하기 위한 분류 체계 개편과 행정 시스템 구축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