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작곡가 작품 연주는 처음…'지금 여기' 의미 찾는 공연"

입력 2022-08-08 17:31
수정 2022-08-09 00:27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큽니다. 이제껏 제가 연주해온 음악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성찰하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임주희(22·사진)가 오는 2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페스티벌’ 중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두 번째 공연이다. 그는 8일 화상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페스티벌에서 연주할 곡들은 제 음악 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임주희는 ‘천재 소녀’로 일찌감치 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냈다. 열두 살이던 2012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끈 런던심포니의 내한 공연에서 깜짝 협연자로 나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해 화제에 올랐다. 국제 콩쿠르에 출전하는 대신 정명훈 등 저명한 지휘자들과의 협연과 해외 초청 연주, 독주회 등을 통해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마치고, 2020년 9월부터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로버트 맥도널드를 사사하고 있다.

그는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을 직접 짰다. 첫 연주곡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집중 조명하는 러시아 출신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49)의 ‘메멘토 모리’다. 임주희는 페스티벌의 이름이자 라틴어로 ‘지금 여기’를 뜻하는 ‘힉엣눙크(Hic et nunc)’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으로 ‘메멘토 모리’를 골랐다.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현실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발견했어요. 어둠을 뚫고 나오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음악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임주희는 아우어바흐의 곡에 이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그가 즐겨 연주하고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밤과 꿈’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은 10월 6일 미국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임주희의 뉴욕 데뷔 공연 레퍼토리와 동일하다.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카네기홀 데뷔는 꿈 같은 일이죠. 카네기홀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인 줄리아드에 다니는 제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카네기홀 연주가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음악가로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