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前)공정을 거친 웨이퍼는 셀별로 분리한 후 인쇄회로기판(PCB)에 고정한다. 이어 와이어 본딩, 몰딩 등 패키징 공정을 진행하는 동안 기판을 비롯한 모든 자재를 공정 사이사이에 플라즈마로 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도체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전에 있는 비전세미콘은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세정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국산화한 대표 기업으로 손꼽힌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 15개 국가에 세정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콘티넨탈 지멘스 인피니언 등 60곳 넘는 기업이 고객사다.
2001년 회사를 창업한 윤통섭 대표(사진)는 “품질 및 생산성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윤 대표는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고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제142회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윤 대표는 미국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암코테크놀로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험을 밑천 삼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외국산 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기능을 덧붙여 장비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장비 크기를 줄여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휘어진 플라즈마 자재를 평평하게 만들어 품질 향상에 힘을 보탠 게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작업자가 자재를 이동시키는 대신 장비에서 장비로 직접 이동하는 방식을 개발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개선됐다”며 “국내 플라즈마 세정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8억원으로 전년(315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에서 113억원으로 불어났다. 수출 실적은 2018년 2000만달러에서 2021년 3000만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