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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3.6%, 한국이 24.3%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방역 통제 등 국내외 악재가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컨설팅업체 칭커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중국 비상장주식 투자시장 연구'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의 벤처투자액은 3149억위안(약 60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상반기 3126억위안 이후 반기 기준 최소 금액이다.
반면 미국의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6734억달러(약 878조원), 건수는 1만3758건으로 각각 3.6%, 14.0%씩 늘었다. 한국도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24.3% 늘어나면서 반기 기준 최대인 4조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 중국의 벤처 투자건수는 4167건으로 31.9% 줄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결성한 엔젤투자,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모집금액은 7724억위안으로 10.3% 감소했다. 투자 회수건수도 1295건으로 50% 줄었다.
중국의 올 상반기 벤처투자는 반도체·전자장비업종이 744억위안을 유치해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의 기술자립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보기술(IT)이 569억위안, 바이오가 505억위안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연간 벤처투자액 추세를 보면 2020년에는 하반기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8871억위안이 벤처기업에 집행됐다. 2019년(7630억위안)보다 16%가량 늘었다. 이어 2021년에는 역대 최다인 1조4228억위안으로 늘어났다. 모집금액은 2020년 1조1972억위안에서 2021년 2조2085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국내외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 2020년과 같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 한국창업원의 고영화 원장은 "2020년 결성된 2조위안 이상의 펀드가 아직 많이 남아 투자여력은 풍성하다"며 "국내외 악재가 해소되면 투자금액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계법인 KPMG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을 도입하고 사교육 기업을 모두 비영리로 전환하게 하는 등 민간 경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가 중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 투자를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