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눈치 보는 애플…부품에 '메이드 인 타이완' 표기 금지

입력 2022-08-08 11:38
수정 2022-09-07 00:02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애플이 대만 협력 업체들에 '대만산' 표기 수정을 지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일본 영문매체 닛케이아시아와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으로 가는 대만 업체의 제품이나 부품의 원산지를 '대만, 중국'(Taiwan, China) 또는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시했는지 신속히 검토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원산지 표기 단속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 2일 대만을 방문한 뒤 중국과 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은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자국 일부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미국 의전서열 3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크게 항의했다. 과거에도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지 않는 각국 정부나 기업에 보복을 가한 바 있다.


대만은 중국으로 보내는 수출품의 원산지를 '대만' 또는 '중화민국'으로 표기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상자나 수입신고서에 '대만산'(Made in Taiwan) 또는 대만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ROC)이 들어가면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이 같은 규정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엄격하게 시행하진 않았다.

니케이아시아는 대만산 표기가 붙을 경우 중국이 최고 4000위안(한화 약 77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최악의 경우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번 조치로 아이폰14가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처음으로 인도 폭스콘 공장이 중국 공장과 거의 동시에 신규 6.1인치 아이폰14를 출하할 예정"이라며 "과거에 인도 공장은 (중국 공장보다) 1분기나 그 이상 늦게 출하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미 중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지만 중국의 보복성 경제조치가 단행될 경우 이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7년 위스트론의 인도 벵갈루루 공장에서 아이폰SE 제조를 시작했으며 이후 폭스콘 첸나이 공장에서 아이폰11과 아이폰12, 아이폰13을 생산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3%에 그쳤던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은 2021년 3.1%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최대 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최근 이같은 기조는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페가트론의 한 고위 임원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최한 오찬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난 다음 날 중국이 페가트론의 중국 쑤저우 공장을 점검한 뒤 나왔다.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애플은 예전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저자세를 자주 보여왔다. 일례로 애플은 중국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난해 10월 '쿠란 마지드'앱 등 무슬림과 관련한 어플리케이션(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이는 신장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를 겨냥한 중국의 탄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뒤따랐다.

애플은 2017년에도 중국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이는 중국의 정보통제와 검열에 힘을 보탠 것으로 해석돼 서방 언론과 시민단체들 비판을 받았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