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16조원+α' 규모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매년 2조원 안팎의 국유재산을 민간에 매각해왔는데, 연평균 매각 규모를 5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토지나 땅을 계속 소유하고 있는 것보다 민간에 넘길 때 해당 자산이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전재정 기조 속에 정부가 국유재산을 매각해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국가가 보유한 국유재산 가운데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유휴·저활용 재산을 향후 5년간 총 '16조원+α' 규모로 매각해 민간 주도의 경제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며 국유재산 매각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보유한 국유재산 가운데 토지와 건물의 자산 가치는 지난해 말 결산 기준 701조원 수준이다. 국유재산은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뉘는데 행정재산은 청사나 관사, 도로, 하천 등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국유재산으로 매각이 쉽지 않다. 일반재산은 행정재산이 아닌 국유재산으로 매각 등 처분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701조원의 국유재산 가운데 행정재산은 660조원(94%), 일반재산은 41조원(6%)를 차지한다.
정부는 우선 국가가 활용할 계획이 없는 일반재산의 경우엔 이달부터 즉시 매각을 확대하기로 했다. 위탁개발 재산과 비축토지·농지 등 기재부 소관 일반회계 일반재산 중 매각 가능한 재산을 적극 발굴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위탁개발한 후 행정 목적이 아닌 상업용·임대주택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반재산도 민간에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경기 성남시 수진동 상가, 시흥시 정왕동 상가 등 총 아홉 건의 상업용·임대주택용 일반재산의 감정평가액이 약 2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 행정 수요에 대비해 비축토지로 매입해 5년 이상 경과했는데도 수요조사 결과 활용계획이 없는 일반재산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총 11건의 처분가능 비축토지의 대장가액이 약 900억원이라고 밝혔다. 국가 활용이 곤란한 농업진흥구역·보호구역의 농지 약 1만4000필지(대장가 약 5000억원)도 매각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유재산 가운데 매각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행정재산도 유휴·저활용 재산을 적극 발굴해 용도폐지 및 매각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유재산 총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9월부터 내년 말까지 모든 행정재산에 대한 활용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8년 제1차 국유재산 총조사를 실시해 총 6만3000필지의 토지를 용도폐지한 바 있다. 올해 실시하는 제2차 국유재산 총조사는 토지만 조사했던 1차 총조사와 달리 건물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민간이 현실적으로 매입하기 어려운 대규모 유휴부지의 경우엔 토지개발을 통해 민간참여 방식으로 개발하거나 필지 분할 등을 통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토지개발에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이 도입될 수 있도록 민간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조성된 주택용지 등은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성이 높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재산을 소유하는 등 재산권이 혼재돼 있어 매각이 어려운 국·공유 혼재지는 '국가-지자체 공동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부지 내 공공청사 등은 위탁·기금개발 방식 등으로 개발하고 잔여 부분은 민간참여나 대부, 매각 등의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