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 원유 수요 축소…배럴당 88달러선 붕괴[오늘의 유가동향]

입력 2022-08-08 08:52
수정 2022-09-03 00:03
경기침체 공포에 원유 수요가 급감하며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원유 가격이 10% 가까이 빠지며 지난 4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11달러(1.24%) 하락한 배럴당 87,9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동반 하락 중이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전 장보다 1.09(1.15%)달러 하락한 배럴당 93.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9.5%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4월 이후 일주일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원유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하락세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지난 7월 동안 휘발유 수요가 2020년 7월과 같은 수준으로 축소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맞먹는 가격이다.

고용이 안정적인 상황에선 휘발유 수요가 줄어든 게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지난 7월 미국 내 신규 일자리는 52만 8000개 늘어났다. 시장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에너지 투자회사 어게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킬 더프는 “노동시장이 견고한데도 휘발유 수요가 이렇게 낮아진 건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자 투자자들이 원유 시장에서 발을 뺐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성장둔화가 예고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급감할 거라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원유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며 유동성이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탄력이 붙어서다. 오는 9월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이 이를 대비하려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미안 쿠어발린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했지만, 대폭락이 찾아온 건 아니다”라며 “현재 가격으론 석유 업계의 적자가 예상된다. 때문에 하락세가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