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1년9개월 만에 재개장한 ‘도시 속 쉼터’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4만㎡의 공간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빼곡한 5000여 그루의 나무와 터널분수 등 수경시설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의 무더위를 식혀준 듯, 시민들은 열린광장, 사헌부 문터 등 한층 다양해진 볼거리를 여유롭게 만끽했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는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조마당 바로 뒤에 있는 조선시대 사헌부 문터다. 광화문 앞길에는 조선시대에 주요 관청과 민가가 있었던 만큼 공사 중 유적이 많이 발견됐다. 대부분은 다시 흙으로 덮었지만 그중 사헌부 문터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뒀다. 당시 사용했던 배수로와 우물, 출입문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비바람을 막기 위한 유리 바닥 대신 지붕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유구를 개방해 보다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헌부 문터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광화문 현판이 소나무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는 역사박물관이 있었다. 시 관계자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곳이라는 의미가 집약적으로 표현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광장의 다양한 분수도 눈길을 끈다. 터널분수는 광복 77주년을 기념해 조성했다. 이를 상징하는 77개의 물줄기가 길다란 터널을 만들어낸다. 터널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은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청명하고 더 웅장한 느낌을 준다. 광화문 광장 입구에 있는 이순신 동상 앞의 명량분수는 133개의 물줄기로 이뤄졌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격파한 133척의 왜선 숫자를 의미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 사헌부 문터 입구에서 발견된 우물을 본뜬 바닥우물, 역사의 물길 등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 더위를 식혀줬다. 분수를 보면 무조건 달려드는 어린이들을 배려해 정수를 마친 물을 사용한다.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은 다양한 행사를 위한 놀이마당으로 꾸며졌다.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소통 공간이다. 그 옆으로는 그늘에 앉아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열린마당이 있다. 이곳에는 팽나무, 느릅나무, 칠엽수 등이 심어졌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공간. 한 시민은 “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늘이 넓지는 않지만 몇 년이 지나면 울창한 도시 숲으로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쪽 해치마당 경사벽에는 53m 영상창이 마련됐다. 한글 창제 원리를 담은 천지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상영된다. 광화문 광장에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테일도 숨겨져 있다. 한글 창제 당시의 28개 모음과 자음을 광화문 광장 곳곳에 숨겨뒀다.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자음 ㅈ, ㅇ, ㅅ이 숨겨져 있는데 세종대왕과 떼놓을 수 없는 장영실을 의미한다.
광장 사용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시위·집회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제 등도 불허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용료 인상도 검토 중이어서 각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세월호 추모물 설치를 놓고 유족과 서울시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