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무진(사진)은 1982년 발표된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를 리메이크해 불러 화제가 됐다. 한 달 전 첫선을 보인 이 뮤직비디오는 7일 현재 유튜브에서 255만 뷰를 기록 중이다. 롯데건설이 서울 동작구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 신축 단지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지만 단지의 이름, 특장점 등은 전혀 열거되지 않았다. 단지의 내·외부 모습만 은연중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누렸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이 아파트 분양시장의 마케팅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전단 광고를 돌리거나 모델하우스에서 물티슈 사은품을 제공하던 전통적인 건설업 마케팅의 틀을 벗어나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건설이 주목한 건 ‘킬러 콘텐츠’다.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가 끝나면서 브랜드 전략이 중요해진 영향이다. 단순히 개별 분양 단지 홍보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 트렌드를 읽어내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뒀다. ‘아파트’로 쏠쏠한 재미를 본 롯데건설은 분기별로 한 개 이상의 킬러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내놓는 등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10월 르엘을 론칭한 이후 기존 브랜드인 ‘롯데캐슬’과 함께 멀티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정호 롯데건설 마케팅부문장(상무)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르엘 브랜드를 적용한 아파트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올 상반기 수주액 2조원을 넘어서는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호실적을 보인 배경에도 브랜드 마케팅의 효과가 컸다. 아파트 브랜드는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2020년 10월 수주한 이촌 현대 리모델링(르엘 이촌)과 지난 1월 수주한 청담 신동아 리모델링(르엘 라필투스)에 르엘을 적용한다.
부동산 상품이 다양해진 점도 건설사의 마케팅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주거와 업무가 결합된 라이브 오피스 등 부동산 상품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부동산 상품들은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정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한 부문장은 “모델하우스에 앉아서 소비자를 기다리는 전통적인 분양 마케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건설사의 마케팅도 유통·식품회사처럼 다양해지고 변화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라고 했다.
롯데건설은 ‘시니어(노년층) 임대주택’을 마케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시니어 고급 임대주택인 ‘VL르웨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부문장은 “내년 3월 분양을 목표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에서도 VCM(계열사 사장단 회의)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을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