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이어 외국어고등학교(외고)를 비롯한 고교체제 개편안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은 사안 자체가 민감할 뿐 아니라, 그간 대통령 공약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등장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대됐다. 여기에 교육부의 외고 폐지 방침도 비슷한 방식으로 발표됐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 외고를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후 '외고 폐지' 방침이 어떤 과정을 통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것인지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시각에 이들 학교를 2025년 3월 1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을 담아 추진해왔다. 이에 이전 정부의 폐지 방침을 뒤집고, 이들 고교를 존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문제는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사고와 달리 외고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불쑥 시사했다는 점이다.
박 부총리는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 일반고로 해서 외국어뿐만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어떤 교과 과정을 통해서 특수 목적을 갖도록 하는 형식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최성부 교육부 대변인은 "외고의 경우 미래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폐지 또는 외국어교과 특성화학교 등으로 전환을 검토한다"며 폐지 검토 방침을 재확인했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당장 전국의 외고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외고 폐지 검토'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와 자유, 교육의 다양성, 학생의 교육선택권 보장 등을 강조했음에도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도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장관의 일방적인 발표는 졸속 행정"이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반발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다만 연말까지 외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설명자료에서 "외고의 경우,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 등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책연구, 토론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시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역시 박 부총리의 성급한 언급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 학제개편안이 교육계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는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외고 존폐 문제도 사전 예고 없이 박 부총리의 '깜짝 발언'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