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암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이하이 차오(Yihai Cao) 미생물학과 교수팀이 '저온 치료(cold therapy)' 효과가 암 환자에게도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중국 출신의 이하이 차오 교수는 "저온에서 갈색 지방 조직이 활성화하면 포도당을 놓고 암 종양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서 "포도당 부족으로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각각 대장, 유방, 췌장 등에 암이 생긴 생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춥거나 따뜻한 공간에 놓고, 종양의 성장 속도와 생쥐의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이라면 춥다고 느낄 수도 있는 섭씨 4도의 공간에서 산 생쥐는 종양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섭씨 30도의 공간에서 산 생쥐보다 두 배나 오래 살았다고 전했다.
포도당 대사 활성도 등을 시험해 보니, 낮은 온도에서는 갈색 지방 조직의 포도당 흡수가 대폭 늘었고, 갈색 지방이 활성화되면 종양 세포의 포도당 신호는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이는 갈색 지방이 포도당 흡수를 늘림으로써 종양 세포에 돌아갈 포도당이 부족해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6명의 건강한 지원자와 화학치료를 받는 암 환자 한 명에게 생쥐 실험 결과를 테스트했다.
질환이 없는 피험자들은 모두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2주간 하루 6시간까지 섭씨 16도의 방에 머물렀고, 이들은 목, 등, 가슴 등에 다량의 갈색 지방이 활성화됐다.
암 환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섭씨 22도의 방에서 1주, 섭씨 28도의 방에서 나흘간 지낸 결과, 28도보다 22도에 있을 때 갈색 지방이 더 많이 활성화하고, 종양의 포도당 흡수도 감소했다.
이하이 차오 교수는 "이번 실험에 설정한 실내 온도는 대부분의 사람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라면서 "갈색 지방을 활성화하고 저온 요법을 기존 치료법과 함께 쓰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물론, 생쥐 실험 결과를 암 환자 한 명과 6명의 대조군에 확인한 건 충분하지 못하다. 정식 임상실험을 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