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대 규모의 화력 시위로 대만을 압박하면서 양안(兩岸) 관계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중국군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지난 4일 100대가 넘는 군용기를 출격시켰다. 전투기들은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하며 고강도 시위를 벌였다.
바다에서는 항공모함과 잠수함, 구축함, 호위함 수십 척이 다연장 로켓을 쏘면서 대만 해역을 봉쇄했다. 이날 오후에는 대만 동·남·북 해역에 11발의 둥펑(東風) 계열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중국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가로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의 성격을 중국 측의 ‘통일전쟁 리허설’로 보고 있다. 대만 전체를 에워싼 첫 합동작전인 데다 언제든지 훈련에서 실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안(兩岸)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중국이 대만을 쉽게 점령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 번째 요인은 지리적 환경이다. 대만해협은 폭이 131~180㎞나 된다. 이를 건너 대규모 병력을 실어 나를 상륙수송함이 부족하다. 일부가 해안에 도달해도 상륙 지점이 몇 군데 되지 않기 때문에 대만군의 집중 방어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해발 4000m에 가까운 고산지대와 험준한 산악지형도 천연 방어벽이다.
대만의 방공망은 치밀하다. 대공·대함 미사일 체계까지 견고하다. 방어망이 뚫린다고 해도 게릴라전 등 장기적인 저항이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최강 미국과의 정면충돌이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자동 개입하게 돼 있다. 미 7함대와 주일·주한미군까지 동원되면 중국이 파멸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요건을 감안할 때 중국군이 대만해협을 섣불리 건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만인의 역사 인식도 달라서 인구의 90%가 정치적 자유를 중시하며 통일에 반대한다.
군사력만 놓고 볼 때 양안 전쟁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세계 군사력 3위인 중국이 22위 대만에 창을 휘두르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만도 중국 턱밑의 진먼다오(金門島)에 미사일을 집중 배치해 놓고 여차하면 본토를 때릴 태세다.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방패와 턱밑의 창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그야말로 창(矛)과 방패(盾)가 엇갈리듯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矛盾)의 함정’에 스스로 빠질 여지가 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