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당국은 환율이 현재보다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고, 시장 참여자를 안심시켜야 합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사진)은 최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1987년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31년간 기획재정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와 세계은행 등에서 일했다. 1998년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2019년 6월부터는 국제금융 분석 전문 기관인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달 29일 최 원장이 발간한 <환율 비밀노트>에는 독자들에게 환율에 대한 ‘자유’를 제공하기 위해 그가 3년간 작성한 금융 실무 메모들이 담겼다. 최 원장은 “선물값 콜옵션 등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한 환율 개념이 많다”며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 중심의 실무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는 등 한국도 고환율 시대를 맞았지만 경기가 불안정해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화폐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이 뛰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이 물가 급등, 원자재 공급 감소 등으로 불안정하다는 뜻”이라며 “한국도 그 영향을 받아 환율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런 때일수록 핵심 사업 등 본업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최 원장은 “환율을 이용한 공격적인 신사업은 위험하다”며 “최악의 경우 2008년 환율 급변으로 파생상품 수익률이 급락해 약 2조5000억원의 기업 손실을 빚은 ‘키코 사태’ 등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 소비자 등 시장 참여자도 공격적인 금융상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수비가 필요하다”며 “예·적금 등 안전자산을 보유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국내 보유 외환이 줄어들고 있어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외환 보유액은 약 4382억8000만달러(약 566조6500억원)였지만 한 달 새 94억3000만달러(약 12조3354억원) 줄었다. 한 달 감소폭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최대치다. 최 원장은 “1300원대라는 ‘레드존’에 진입한 환율을 1200원대로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금의 감소세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걱정할 단계로는 진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과 개인 투자자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최 원장은 “지금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라는 물이 내려오고 있어 이를 거슬러 올라가기 힘든 시기”라며 “‘확신’이 분명한 사람들만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소현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