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업과 비대면 강의 등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태블릿과 크롬북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교육 부문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은 3477만30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901만8000대) 대비 10.9% 감소했다. 이로써 태블릿 시장은 네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애플 등 글로벌 제조사의 태블릿 출하량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시장 1위 업체인 애플은 2분기 1210만 대를 출하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2위 삼성전자 출하량도 700만 대에 그치며 지난해 2분기보다 13% 줄었다. 이 밖에 레노버(350만 대·25.1% 감소), 화웨이(210만 대·25.9% 감소) 등 상위 제조사의 출하량도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며 원격 교육 등 교육 부문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게 태블릿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모바일 제품에 대한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도 출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카날리스 측은 “코로나19 상황 개선에 따라 교육 부문 수요가 줄어들면서 태블릿 판매량도 함께 감소했다”며 “기업판매(B2B) 비중이 높은 노트북보다 태블릿 시장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크롬북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크롬북은 운영체제(OS)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아니라 구글의 크롬 OS를 쓰는 저가형 노트북이다. 일반 노트북과 달리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동돼 원격에서 교사와 학생이 수업 자료를 공유하는 등 원격 교육에 특화된 제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의 공공·교육기관에서 비대면 작업 및 수업이 확산하면서 크롬북 수요가 대폭 늘었다.
카날리스는 “코로나19 이후 원격 수업과 비대면 강의라는 새로운 교육 트렌드가 생겨났다”며 “이에 따라 태블릿과 크롬북이 주목받으며 판매량 증가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크롬북의 기능이 이처럼 원격 교육에만 한정된 탓에 최근 들어서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2분기 세계 크롬북 출하량은 51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태블릿과 마찬가지로 출하량은 네 분기 연속 감소했다. 2분기 업체별로 보면 HP(79% 감소), 레노버(56% 감소), 에이서(28% 감소) 등이 전년 대비 출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카날리스는 “지난 2년간 교육 부문 수요가 충족된 상황에서 교체 수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제품 수요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