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활성화 좋기만 할까…주식 변동성도 같이 커진다 [신민경의 롤링페이퍼]

입력 2022-08-07 06:30
수정 2022-08-08 17:33
KB자산운용은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과 경기권 시내버스 중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노선을 중심으로 3개월간 버스에 자사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 지하철역 전광판에 ETF 브랜드 광고를 싣고 있습니다. 광고와는 영 친하지 않던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사 ETF 브랜드와 상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섭니다.

7일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약 77조원 규모입니다. 자산운용사 22곳이 595종의 상품을 내놨습니다. 순자산총액이 1년 사이 15조원가량 불어났습니다. 올해는 증시가 불안정해 증가세가 더뎠지만 기간을 넓혀보면 전망은 밝습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300조원까지도 갈 시장"이라며 확신 찬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업계가 그렇듯 시장이 커질수록 가려졌던 부작용도 드러나는 법입니다. 최근엔 ETF가 개별 주식의 변동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6월 한국증권학회지 최신호인 제51권 제3호에 실린 논문 '상장지수펀드의 주식보유비중과 변동성에 관한 검정'에서 입니다.

앞서 작년 12월 소개해 드렸던 한국파생삭품학회 논문 'ETF 시장 확대가 개별 구성 주식의 행태에 미치는 효과 분석'(제1저자 이창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과 마찬가지로 ETF 시장 확대가 갖는 위험성에 주목한 논문입니다. 앞선 연구에서 이 상무는 시장 확대가 ETF를 구성하는 개별 주식의 매수금액을 높여 결국에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 기업 고유의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선행 연구가 ETF의 주식 보유량이 '개별 주식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었다면 최근 등장한 논문은 '개별 주식의 변동성'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구진은 '국내 ETF의 개별 주식에 대한 보유비중이 해당 주식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연구 결과 결론은 '그렇다'였습니다. ETF의 보유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변동성이 유의적으로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제1저자인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와 해당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개별 주식의 시가총액에서 ETF가 보유하고 있는 시가 비중을 계산한 뒤 일별 수익률의 월간 표준편차로 변동성을 정의해, 보유비중과 주식변동성 간 상관관계를 검정했습니다. 이 때 주식의 변동성은 종가가 아닌 일별 고가와 저가의 차이로 계산했습니다.

검정 과정에서 김 연구원은 '내생성 제거'(분석 설득력 높이고자 변수 독립성 확보)를 우선시했습니다. ETF는 시장을 대표하는 우량 종목들 순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애초에 ETF의 보유비중이 높은 대표 종목들은 변동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변동성이 일어나는 이유가 종목들 자체의 특성인 것인지, 아니면 자체적인 특징과 무관하게 ETF에 편입됨으로써 이런 변동성을 야기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내생성의 문제를 통제하고 분석을 한 결과 ETF 보유량이 주식 변동성을 야기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런 변동성의 증가는 ETF 보유비중이 높아질수록 더 활발해지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차익거래 활동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전통적인 인덱스펀드와 달리 ETF는 유동성 공급자(LP)를 규정해 유동성 거래를 통해 간접투자를 활성화하게끔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TF 시장에서 이뤄지는 유동성거래는 시장 마찰 등으로 인해 순자산가치(NAV)와 ETF의 시장가치 간 괴리를 발생시켰습니다. 이 때 기관투자자들은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사는 식으로 차익거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쉼표를 모르고 부풀어오르는 ETF 시장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간접투자의 활성화가 본래 시장의 기대처럼 주식의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면 좋겠지만, 논문은 기관투자자의 차익거래가 주식의 변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원은 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결론이 투자전략의 수립과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에 유익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봅니다.

그는 "투자의 간편함과 직관성 등의 장점으로 ETF는 개인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의 행위나 의도와 관계 없이 기관 차익거래로 인해 변동성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경우에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설정액이 큰 ETF의 경우 심사를 보다 깐깐하게 한다든가, 운용사들도 무분별하게 ETF를 내놓지 않고 보다 신중하게 상품을 기획하고 상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