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5일 16: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유상증자 실권주를 떠안으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어기게 됐던 만큼 손실을 감수하면서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7.31%를 장중 매도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은 7월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약 94만4000주를 장중 매도했다. 평균 처분단가는 주당 2만3829원으로 매각대금은 약 225억원이다.
KB증권의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은 올해 3월 말 19.21%에서 11.90%로 낮아졌다. 이에 최대 주주는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로 바뀌었다. 손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2.31%다.
KB증권은 올해 3월 진행된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주관을 맡으면서 예상치 못하게 최대 주주에 올랐다. 유상증자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당시 발행 신주 530만 주 중 약 70%에 해당하는 실권주 380만주를 떠안았다. 지분율은 27.97%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매입 금액만 약 1090억원에 달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다른 회사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최대 출자자가 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에 3월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엔지켐생명과학 주식 약 120만주를 매각해 350억원을 회수했다. 지분율을 19.21%를 낮춰 지분율을 20% 아래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후 실권주를 추가로 처분하지 못해 금산법을 완전하게 해소하지 못 했다. KB증권은 경영권이 없는 지분인데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매도 시기를 잡지 못해 손실 폭만 키웠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유상증자 당시 3만원대에 형성됐지만 6월 1만4800원까지 하락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7월 27일 무상증자를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하자 KB증권이 다시 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무상증자 발표한 당일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KB증권은 이번 장내매도로 45억원 가량 손실을 확정 지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실권주의 평가손실 106억원 수준(5일 종가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금산법상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당분간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을 서둘러 매각할 이유도 사라졌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산 분리 이슈가 사라져 나머지 주식은 매입 단가 아래에서 손절할 이유가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