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등 지나치게 높은 세금 부담을 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획위원회는 이날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는 정반대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유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이 정책기획위의 발주로 지난 3월부터 작성한 ‘종부세의 유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서 김 전 원장은 종부세를 옹호하는 수준을 넘어 과격한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1주택자의 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김 전 원장은 1주택자의 종부세 실효세율이 소득세 실효세율과 비교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선 자산 보유에 따른 소득을 해당 자산 가격에 대한 이자율로 봤다. 연 이자율 3~5%를 가정해 계산할 경우, 연간 1억원의 근로소득은 20억~34억원의 부동산 자산으로 환산된다. 연간 근로소득 1억원의 실효세율을 감안해 20억~34억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자산 가격 대비 0.45~0.75%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연간 2억5000만원의 근로소득은 50억~83억원의 부동산 자산으로 치환되는데, 보고서가 제시한 적정 실효세율은 이 경우 0.81~1.35%로 오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0.17%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적정 세율로 제시한 것이다.
지금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조차 당시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과도해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지만 문 정부는 1주택자도 세금을 더 늘릴 방안을 궁리했다는 얘기다.
이미 위헌 판결이 난 부부 합산과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부부는 경제 공동체기 때문에 함께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새로운 합산 방식을 제시하며 위헌 여부를 다시 따져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종부세 강화 방안을 연구한 것은 정책 실패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정책으로 무거운 세금을 물게 돼 고통받는 국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다. 윤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