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법리 적용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의 대법원 판단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하며 서해 피격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과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기록물인 2007년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담긴 문서관리카드를 무단으로 파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회의록 초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가 없어 이를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020년 12월 대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결재하지 않았지만 회의록 내용을 확인하고 문서관리카드에 서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이들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삭제된 회의록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문서관리카드 삭제는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공용전자 기록에 대한 법원의 정의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는 공문서로서 효력이 생기기 이전의 서류나 정식 접수 및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 결재 상신 과정에서 반려된 문서 등이 공용전자 기록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정원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고발하면서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혐의 등을 포함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에게 피살당한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의 결론에 불리한 국정원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보고서 등을 삭제해도 원본은 남아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용전자 기록에 대해 법원이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