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술 마시고 고함 치는 '골프 해방구'

입력 2022-08-04 16:40
수정 2022-08-05 02:28
매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근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총상금(2022년 820만달러)이 많이 걸린 대회도, 메이저대회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명 선수가 대거 출전하는 것도 아니다. 매년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과 같은 날에 열린다는 치명적인 ‘핸디캡’도 안고 있다.

그런데도 피닉스오픈은 PGA투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다. 해마다 60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이곳을 찾는다. PGA투어 역대 최다 관중 수인 71만 명(비공식)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대회다. 마스터스와 US오픈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메이저대회에 30만 명 안팎이 찾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인기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피닉스오픈을 찾는 이유는 ‘콜로세움’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회 16번홀(파3) 때문이다. 이 홀에는 대회 기간에만 2만 개 규모의 관중석이 들어서는데, 홀을 둘러싼 관중석이 로마시대 검투장을 연상케 해 콜로세움이라 불린다. 이 홀에선 선수들이 경기하는 동안 술을 마시며 소리를 지르는 게 허용된다. 그래서 이 대회 별칭이 ‘골프 해방구’다.

침묵 속에서 경기하는 게 익숙한 선수들도 이곳에선 권위를 내려놓는 데 익숙하다. 재미동포 제임스 한은 2013년 이곳에서 6m 버디 퍼트를 넣은 뒤 ‘강남스타일’ 말춤을 춰 갤러리들을 들썩이게 했다. 리키 파울러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모자를 수십 개 갖고 와 그린까지 걸어가면서 관중석에 뿌린다. 홍보를 위해 대회를 앞두고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올해는 인기 컨트리뮤직 밴드 도미니언과 가수 토머스 레트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무대는 잔디가 상하지 않도록 티잉 에어리어와 그린 사이에 있는 모래 바닥에 설치한다.

이곳을 찾고 싶은 골퍼라면 일단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에선 애리조나주까지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나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야 한다. 환승 대기 시간을 포함하면 비행시간만 16시간 정도 걸린다. 다만 이 대회 입장권은 75달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은 적다. 콜로세움 홀도 별도의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고 일반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