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오는 28일로 다가온 가운데 친명(친이재명) 당원들이 최고위원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정 의원으로 친명표가 쏠릴 경우 자칫 비명계가 반사이익을 얻어 지도부에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30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정 의원이 18.5%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고민정(12.0%), 윤영찬(4.1%), 박찬대(3.5%), 장경태(2.5%), 서영교(2.2%), 송갑석(1.6%), 고영인(1.0%) 의원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정 의원(31.7%)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고민정 의원(16.5%), 박 의원(4.2%), 윤 의원(3.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고위원 선거는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해 실시된다. 투표는 1인 2표제다.
8명의 후보 중 5명이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뽑힌다. 지도부는 여기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당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합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당내에서는 3선 중진이자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 의원이 무난히 득표율 1위로 수석 최고위원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도 수석 최고위원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 정청래 대표 최고위원을 만들어달라”며 일찌감치 친명 당원들을 상대로 구애에 나섰다. 이 의원 팬카페로 회원수가 21만명에 이르는 ‘재명이네 마을’에는 지난달부터 34개의 글을 연거푸 올려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일주일간 이 카페에서 ‘좋아요’ 수 1~3위는 모두 정 의원 게시글이었다.
그러자 친명 당원 사이에선 “정청래로 표가 몰리면 ‘이재명 지도부’에 ‘수박(비명계 후보들)’이 껴들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최고위원 후보 중 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서영교 의원은 친명, 고민정 윤영찬 송갑석 고영인 의원은 비명으로 분류된다.
한 당원은 “아무리 1인 2표라도 친명 당원들이 1표를 정 의원에게 주면 나머지 1표는 3명의 다른 친명 후보들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지지율 2위인 고민정 의원 뿐 아니라 다른 비명 후보가 추가로 최고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당원들은 정 의원이 2018년 ‘혜경궁 사건’ 당시 이재명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까지 들춰내며 “확실한 친명인 박찬대·장경태 의원을 밀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당원들은 정청래는 될 거니까 빼고 다른 사람 찍자고 한다”며 “정청래 안 찍으면 정청래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