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풀빌라보다 비싸다"…천정부지 제주 물가에 '깜짝' [이미경의 인사이트]

입력 2022-08-04 13:45
수정 2022-08-04 16:5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제주도 여행 비용이 비싸다고 해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다들 볼멘소리하면서도 결국 갈 곳은 제주밖에 없었나 봅니다. 호텔 숙박료도, 자동차 렌트 비용도 비싸지만 휴가철을 맞은 사람들은 전부 제주도로 모인 것 같습니다." (제주공항 내 면세점을 이용하던 한 여행객)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휴가지를 해외에서 제주도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7말8초' 휴가철 제주의 관광 물가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가(vac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단어로 제주 '베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추석 연휴가 있는 8월 중순까지는 제주 여행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다가 9~10월에 들어서야 수요가 줄고 가격 역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9~10월 이후에도 해외항공편 정상화가 어렵고 입국 시 실시하는 PCR 검사 등 방역지침이 이어지면 제주 여행 물가가 소폭 하락할 뿐 코로나19 이전만큼 안정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5성급 호텔 숙박료, 팬데믹 이전 대비 41% '껑충'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7~8월 제주도 내 5성급 호텔의 숙박료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7~8월 대비 41% 높게 형성됐다. 1~3성급 호텔 숙박료 역시 같은 기간 33.8% 뛰었다. 팬데믹 시기 그랜드하얏트제주, 그랜드조선제주, 파르나스제주 등 5성급 호텔이 속속 들어서며 객실 공급이 이어졌음에도 수요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7월 말 제주를 찾은 30대 부부는 "3박4일 여행에 왕복항공료 55만원, 숙박비 150만원, 렌트카 비용 40만원을 지출했다"며 "식비, 여행지 입장료를 제외하고도 250만원을 지출해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말처럼 제주 여행 물가를 끌어올린 건 호텔 숙박료뿐만이 아니다. 제주 렌터카 가격 역시 코로나19 이전 대비 40~55% 오른 상황이다. 2019년 7~8월 이용 기준 소형 렌터카 완전 자차 렌탈비는 6만원선이었지만 올해는 9만원대로 치솟았다. 중형 차량 역시 8만원대에서 12만원선으로 껑충 뛰었다. 다만 업계에선 다음 달 20일부터는 제주도내 렌트카 수를 제한하는 '렌트카 총량제'가 종료되며 렌트카 가격이 소폭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선박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4인 가족이 선박을 통해 입도했다고 말한 박모씨(53)는 "4인 선박료와 자동차 탁송비를 포함해 왕복 75만원을 지출했다"며 "제주에서 1주일 동안 여행할 예정인데 이 기간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보단 자차 탁송이 저렴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중순까지 선박을 이용해 입도한 관광객은 36만 3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 다낭 '풀빌라' 보다 비싼 제주…이유는 늘어난 '수요' 때문
제주 여행 물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주 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내국인 제주 관광객 수는 123만6276명(잠정치)으로 2019년 7월(115만7447명) 대비 6.8% 늘어난 수치다. 제주도 관광업계에선 비수기라 불리는 지난 6월의 내국인 관광객수 역시 127만7848명으로 2019년 동월(115만5020명) 대비 10.6% 많았다.

치솟은 제주 여행 물가는 여름철 인기 휴양지로 꼽히는 베트남 다낭의 풀빌라 보다도 비싸다. 일례로 4인가족(성인2인, 아동2인)이 이달 8~11일 제주 5성급 호텔(90㎥)에서 3박4일 여행을 하면 △왕복항공료 60만원 △숙박료 382만원 △렌터카 27만원 등 총 469만원의 비용이 든다. 반면 베트남 다낭의 풀빌라(422㎥)를 이용해 여행을 갈 경우 △왕복항공료 163만원 △숙박료 249만원으로 총 412만원의 비용이 든다. 항공료는 더 비싸지만 숙박료가 저렴한 탓에 다낭 여행 경비가 더 저렴해지는 것이다.

숙박시설의 등급을 낮추면 다낭 여행 경비는 훨씬 저렴해진다. 최근 국내 여행사들은 4성급 호텔을 숙소로 제공하는 동남아 패키지여행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데, 오는 8일 출발하는 하나투어의 3박4일 다낭 여행 상품의 4인 기준 가격은 292만원 선이다. 모두투어 역시 비슷한 구성의 상품을 240만원 선에 판매한다. ◆저렴해도 해외여행 안 가는 이유…"PCR 번거로워"
동남아시아 여행이 가격 경쟁력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제주도로 몰리는 이유는 국내 입국시 실시하는 유전자증폭(PCR)검사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해외에 방문했다가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은 현지 비행기 탑승전과 입국 이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비행기 탑승 전 진행한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비행기를 탈 수 없는데, 이때 현지에 머물며 추가로 내야 하는 숙박비와 식비, 항공권 재발급 비용 등은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입국 전후 실시되는 PCR검사로 인해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해외여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 제주 여행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넘기면 극성수기를 벗어나며 자연스럽게 여행경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방역지침과 해외항공편의 정상화 여부에 따라 하락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