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위례신도시에서 나온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에 예상보다 저조한 청약자가 몰렸다. 주변 시세와 10억원가량 차이가 나서 '10억 로또'로 불리는 아파트지만, 예전과 같이 수만명이 몰리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데다 청약시장 분위기가 식으면서 청약자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하남시 학암동 '위례포레자이'는 전날 1가구를 모집한 무순위 청약에 4030명이 도전했다. 청약에 나온 전용 131㎡는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큰 면적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쟁률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같은 단지에서 진행한 무순위 청약엔 8000명이 넘는 수요자가 모인 것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에도 취소 후 재공급된 물량이 있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전용 101㎡A 1가구 공급에 8675명이 몰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 실거주 의무 5년이 있어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를 수 없다. 10년간 전매도 불가하다는 점도 청약 기대감을 낮췄다.
이번에 청약을 진행한 전용 131㎡ 분양가는 9억2500만원이다. 2018년 분양 당시 가격 8억9900만원보다 2600만원 늘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면적대 매맷값은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분양가 대비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셈이다.
이 단지 인근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북위례에선 아직 매매된 사례가 없어 남위례에 있는 단지와 비교해 추정한 수준"이라며 "이 지역 실수요자들은 관심이 많았다. 전날 하루에만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8일, 계약일은 16일이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20%인 1억8000만원대다. 잔금은 80%인 7억4000만원대다. 잔금 납부는 계약일로부터 2개월 이내다.
과천에서도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 청약이 진행됐다.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해 지은'과천자이'는 전날 2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을 진행했다. 특별공급은 전용 59㎡E(노부모부양)와 전용 59㎡G(다자녀가구)에서 각각 1가구씩 나왔는데, 노부모부양엔 123명, 다자녀가구엔 107명이 도전해 총 230명이 청약했다. 과천에 사는 무주택자에다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 등 특별공급 조건까지 맞춰야 해 까다로웠음에도 수백명이 청약했다.
이 단지 역시 10억원 넘게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다. 전용 59㎡ 분양가는 8억2181만~9억2052만원이다. 단지 내에선 이 면적대가 거래된 이력은 없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전용 59㎡ 매매 호가는 최고 19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이날 10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전용 59㎡와 전용 84㎡가 나온다. 전용 84㎡ 분양가는 9억8224만원이다. 지난달 16일 이 단지 전용 84㎡는 2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10억6700만원 차이다.
다만 위례자이포레와 달리 '과천자이'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셋값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책정된 분양가는 단지 전셋값보다 낮다.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전용 59㎡는 전세 거래가 없지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59㎡ 전세 호가는 10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때문에 청약자가 더 많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시세차익이 커 많은 실수요자가 도전하고 있지만 인기가 식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분간 청약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 전국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에 청약시장 역시 식고 있다"며 "향후 실수요자들은 가격, 입지 등을 더 꼼꼼하게 따질 것이다. 당분간 시장 내 양극화도 심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