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했지만 기업 대출 수요가 부진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7영업일 연속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을 활용한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했다. 이 기간 인민은행이 축소한 유동성은 총 180억위안(약 3조 5000억원)에 달한다. 7영업일 연속으로 유동성을 축소한 건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한 건 위안화 대출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만 약 4400억위안(약 85조원) 규모의 시중 유동성을 흡수했다.
미즈호은행의 아시아지역 외환 수석 전략가인 켄 정은 “중국 은행의 현금 유동성은 충분한 상태지만 자금흐름이 기업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풍족한 유동성이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규모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강조한 것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방역만큼 경제 발전도 중요하다며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는 데 총력전을 펼쳐 왔다. 지난 5월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를 촉구했다. 6월에는 정책은행에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대출 규모를 8000억위안(약 155조원)까지 늘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월간 위안화 신규 대출 규모는 지난 4월 역대 최저치인 6454억위안을 기록했다. 5월에는 1조 8900억위안으로 반등한 뒤 6월 2조 8100억위안을 기록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7월 위안화 대출 규모는 오는 11일 발표된다.
유동성이 필요 이상 과잉 공급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은 정책금리보다 낮아졌다. 2일 중국의 7일물 레포(Repo) 금리는 1.39%를 기록했다.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레포 금리는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을 뜻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충분할 때 하락했다가 통화 긴축이 발생하면 상승한다.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 금리를 2.1%로 유지하는 중이다. 역레포 금리란 인민은행이 채권을 담보로 잡고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중국 내에선 사실상의 정책금리로 통한다. 단기 자본 조달 비용이 정책금리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저우 마오화 에버브라이트은행 연구원은 “인민은행은 유동성 축소를 통해 금리차를 활용한 차익거래를 억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