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에 운전도 제대로 못 했는데…보험료는 왜"

입력 2022-08-02 07:24
수정 2022-08-02 09:09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차량 운행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차량 운행량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악화할 것이란 당초 예측과 다른 결과다. 코로나19 재유행, 경기 침체 우려 확대 등으로 손해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 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단순 평균 손해율(잠정치)은 80.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85.3%) 대비 4.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82.7%)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개선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5.9~78.0%로 잠정 집계됐다. 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78.2~79.6%)보다 2%포인트가량 낮다. 상위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합계는 85%에 달한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사업 운영비를 고려할 때 통상 78~80% 선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차량 운행량이 줄어든 결과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물가에 차량 운행이 필요한 야외 활동이 위축된 것 또한 손해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하반기에도 안정세를 이어갈 여지가 크다.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면서 기름값이 소폭 낮아졌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차량 운행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차량 운행량, 병원 이용량 감소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부터 새로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시행한 것 또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핵심은 마약 및 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가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위와 관련된 자동차 사고를 내면 사실상 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고의성이 높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며 사고 시 피해 규모도 큰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유의미한 손해율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보험료 인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국내 손보사들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따라 지난 4월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삼성화재는 개인용과 업무용(법인) 자동차 보험료를 1.2% 인하했다. KB손해보험도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1.4%와 0.3% 내렸다. 현대해상은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1.2%와 0.8% 인하했다. DB손해보험은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1.3%와 0.8% 내렸고, 메리츠화재는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3% 인하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보험료의 경우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차량을 소유하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특성상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 기름값 상승, 물가 급등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가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며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그는 "물가 상승에 따른 의료비, 정비요금 등 보험금 원가 부담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