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3%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후 약 24년 만의 최고치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7.1% 오르자 외식 물가도 덩달아 8.4% 뛰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2년 10월(8.8%) 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15.7% 올랐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여파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소 3~4개월은 6%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생활물가지수도 IMF 이후 최대 상승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삶과 밀접한 품목을 모아놓은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7.9%(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와 마찬가지로 1998년 11월(10.4%)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7월에도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8.9%)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경유(47%), 휘발유(25.5%) 등 석유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수준을 유지했다.
유례없는 폭염에 농·축·수산물 물가도 크게 뛰었다.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등 채소 가격이 급등했고 돼지고기(9.9%), 수입 소고기(24.7%) 등 축산물도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전기요금(18.2%), 도시가스(18.3%) 등 기초 에너지 가격과 치킨(11.4%), 생선회(10.4%) 등 외식물가도 대폭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1월 0.5%포인트에 불과했던 생활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간 차이는 7월 1.5%포인트로 벌어졌다. 물가 상승이 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전월 대비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 지난 5월 0.7%였던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6월 0.6%에 이어 7월 0.5%로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0.5% 이하로 떨어졌다.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0.1% 하락했고, 정부의 할당관세 조치가 이뤄진 축산물 가격도 2.4% 내려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긍정적인 신호도 일부 관찰된다”며 “그간 물가 상승을 주도해온 국제 유가가 다소 내려갔고,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점은 9말10초…금리 인상 유지될 듯정부는 물가 상승의 정점을 추석 연휴 이후인 9월 말~10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의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물가 정점 전망과 관련해 “러시아 문제 등으로 유가가 반등, 폭등하거나 곡물, 공급망 수급의 애로가 현재 상태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대외적 요건이 전제”라고 했다. 다양한 대외 요인이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아야 물가가 9월 말~10월 초에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앞으로 최소 3~4개월간은 6%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 심의관은 “현재 예측으로는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는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7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7월 13일)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물가 상승 속도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완만해졌으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