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자 그룹 차원에서 온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2일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상장 작업을 중단하고 이후 적절한 시점에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당초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 IPO는 CJ그룹 오너 일가의 승계 이슈와 맞물려 있던 작업이다. 이재현 CJ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지분 11.04%, 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남매는 2020년 각각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 일부를 글랜우드PE에 넘겨 약 1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를 증여세 납부와 CJ㈜ 우선주 매입에 사용하면서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승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낮추면서까지 IPO를 강행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지분 승계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상장이 유일한 자금 확보 수단이 아니어서 그룹 이미지와 계열사의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시점을 판단한다”며 “IPO가 중단돼도 경영권 승계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 IPO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수요예측 흥행 실패 이후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6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던 현대오일뱅크 역시 시장 상황을 이유로 최근 상장을 포기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 비바리퍼블리카와 야놀자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등도 후일을 기약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