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1300원대에도 무역수지 적자…에너지 가격 탓만 할건가

입력 2022-08-01 17:28
수정 2022-08-02 07:44
우리 경제의 든든한 방파제인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 수렁에 빠졌다. 4개월 내리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5월 16억달러, 6월 26억달러였던 적자가 7월 들어 46억7000만달러로 급증한 점도 당혹스러움을 키운다.

정부는 이번에도 높은 에너지·원자재가로 인한 수입액 급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정부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7월 한 달간 원유(WTI)가 14%, 밀이 11% 하락하는 등 최근 원자재·곡물 가격은 대체로 진정세다. 국제시장 가격 변화가 국내로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2분기 들어서면서 확연히 안정세로 돌아섰다. 지금은 비용 측면 외에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 약화 요인 점검에 나서야 할 시기다.

최근 가파른 원화 약세가 진행됐다는 점도 적자 원인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원화 가치는 올 들어(1~7월) 달러 대비 9.2%나 급락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가를 낮추고 수입가를 높여 일반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한다. 그런데도 올 무역적자는 150억2500만달러로 벌써 2008년 한해 적자(132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3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도 주목해야 한다. 대중 무역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대중 적자는 5월 11억달러, 6월 12억달러, 7월 6억달러로 최근 3개월간 총 29억달러에 달한다. 핵심 교역국인 중국에서의 고전은 수출 한국의 기반을 잠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코로나 봉쇄와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2분기 0.4% 성장에 그친 중국 내부 요인이 컸다. 하지만 중간재 수출에 주력하다가 중국 현지 생산을 늘려가는 교역환경의 변화 등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역수지는 대외신인도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도 전통적으로 무역수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경제가 동시에 침체 국면으로 진입 중인 만큼 선제 대응이 필수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들의 물류 및 원부자재 확보를 지원하고 수출금융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 패키지를 확대해야 한다. 방산 원전 등 새 수출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역구조의 고도화가 시급하다. 수출 지역 다변화, 주력산업 구조 개편, 에너지 저소비 사업구조로의 전환, 신산업 육성 등이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