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승인율 48%.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6월 말 우리은행·전북은행과 함께 출시한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사업자 대출’의 한 달 실적이다. 중소 개인사업자 100명이 대출을 신청했다면 그중 48명은 은행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보통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승인율이 15~20%, 저축은행 캐피털 등 2금융권은 20~3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승인율이란 평가다.
스마트플레이스 대출은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최저 연 4.4~5.9% 금리로 우리·전북은행의 무담보 신용대출 상품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플레이스 플랫폼에 가게를 등록하고 직접 관리하는 개인사업자 약 250만 명이 대상이다. 마땅한 디지털 마케팅 도구가 없는 자영업자들이 스마트플레이스에 자신의 가게를 등록하면 네이버 검색·지도에 무료로 가게 위치와 메뉴판, 사용자 리뷰 등을 노출시키고 온라인 예약·주문·배달·네이버페이 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 출시로 이제 대출 신청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 서비스를 위해 우리·전북은행과 손잡고 전용 상품을 만들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출모집인 자격으로 신청인의 각종 서류와 정보를 은행에 넘기고, 대출 심사와 실행은 은행이 하는 구조다. 특히 업력이 6개월 남짓밖에 안 되거나 신용점수가 높지 않은 사업자라도 담보 없이 최대 4000만~5000만원까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은행들은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한 주문 예약 결제 등 사업자의 실시간 매출을 추정할 수 있는 네이버만의 데이터도 대출 심사에 참고한다.
1일 경기 성남시 분당 본사에서 만난 김태경 네이버파이낸셜 대출서비스 리더는 “기존엔 업력이 12~18개월 미만인 자영업자는 전년도 매출이 확정되지 않으면 대출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마트플레이스 대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의 경험을 토대로 은행들과 협력해 이런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앴다”고 했다. 스마트스토어 대출은 네이버파이낸셜이 2020년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출시한 온라인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대출을 받아간 사업자의 40%가 업력 18개월 미만이다. 창업 6개월 미만 사업자도 6.5%에 이른다.
김 리더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사업자의 ‘금융 사다리’가 되는 게 스마트플레이스 대출의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파이낸셜은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기존에 은행 문턱을 못 넘었던 저신용자도 전북은행을 통해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15’를 받아 6개월 동안 성실하게 갚으면 금리가 더 낮은 ‘햇살론 뱅크’로, 그다음에는 한도가 더 높고 조건이 좋은 전북·우리은행의 전용 신용대출 상품 ‘탄탄대로 대출’이나 ‘스마트플레이스 대출’로 계속 갈아탈(대환) 수 있다. 김 리더는 “기존에는 2금융권밖에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도 성실하게 상환하면 금융 사다리를 타고 2년 내에 은행 소비자로 올라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안에 모든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의 확정 금리와 한도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사업자대출 비교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김 리더는 “시중·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5개 업권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라며 “소비자와 금융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