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 "내꿈은 한국인 첫 그린재킷 주인공" [한경 '맞수 인터뷰']

입력 2022-08-01 17:23
수정 2022-08-02 00:24

김비오(32)는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잘나가는 선수다. 6개 대회에 출전해 GS칼텍스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평균타수 1위(69.41), 평균 버디 수 1위(4.27), 평균 퍼트 수 2위(1.73)로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상금랭킹은 10개 대회에 출전한 1위 김민규(21)에게 약 8500만원 뒤진 2위다.

충남 서산 서산수CC에서 만난 김비오는 “상금왕을 차지한 2012년 우승했던 두 대회에서 올 시즌 우승하면서 다시 한번 최고의 자리를 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지난 겨울 아시안투어에서 뛰며 경기 감각을 지킨 덕분인 거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초 김비오는 아시안투어 5개 대회에 출전해 3개 대회에서 톱5에 드는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은 김비오에게 성적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9년 ‘손가락 욕설’ 파문 이후 2년6개월여 만에 갤러리들 앞에 다시 섰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그가 샷하는 순간 집요하게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낸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날렸고, 이후 1년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코리안투어에선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갤러리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5월 GS칼텍스오픈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섰어요. 골프팬들께서 아직도 저를 용서해주시지 않으면 어쩌나 하면서도 갤러리들의 응원과 격려가 너무 그리웠거든요.”

하지만 첫 홀 티잉 구역에 서자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따뜻하게 반겨주는 갤러리들의 시선에 그저 훅 빨려 들어가듯 경기했다”며 “저를 용서해주신 팬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성숙한 사람이자 골퍼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비오는 벙커세이브율 81.4%로 코리안투어에서 벙커샷을 가장 잘하는 선수다. 그는 “티샷 정확도가 낮아 트러블샷을 하는 기회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쌓인 것 같다”며 “실수로 어려움에 빠져도 나의 샷으로 다시 극복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는 내 인생과 닮았다. 그래서 골프가 더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준석(34)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많은 형”이라며 “아이언샷이 일품”이라고 했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PGA챔피언십과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커트 탈락한 것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그래도 해외 진출 도전은 이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랭킹 3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대회 그린 재킷을 입는 날을 위해 쭉 달려볼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