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성 교수 "세계 천문학자들 부산 집결…8년 공들여 유치"

입력 2022-08-01 18:16
수정 2022-08-02 00:15
“우와!”

천문학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성과에 관한 설명을 감탄사로 시작했다. 강혜성 부산대 지구과학과 교수(61·사진)의 감탄 속에는 우주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우주 생성 초기에 탄생한 아기 은하가 내뿜은 빛이 130억 광년을 달려 비로소 우리의 눈에 들어온 셈입니다.”

강 교수는 2일부터 열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천문학의 올림픽’, 제31차 국제천문연맹(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총회를 유치한 주인공이다. 세계 천문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IAU 총회는 3년마다 대륙을 돌며 열린다.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교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으로 은하와 블랙홀 사진이 대중에게 공개된 시기와 IAU 총회 부산 개최 시점이 맞닿은 점을 들어 국내 천문학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부터 IAU 유치전에 뛰어들어서 운영 계획까지 총 8년을 공들였습니다. 두 아들이 결혼했고, 손자까지 품에 안은 기간이었죠. 세계 천문학자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부산이 선정된 것은 ‘디테일’에 신경 썼던 강 교수의 세심함 덕분이란 평이 많다. 강 교수는 “천문학과 관련된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는 등 한국 천문학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참석자들의 아이 돌봄 계획 등 유치 제안서를 세심하게 기획한 게 유치전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IAU 총회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천문학’. 참석자들은 전체 205개 세션을 통해 1700여 건의 학술 발표를 한다. 세부 의제는 ‘인공위성 문제 해결’이다. 일론 머스크의 민간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 등 저궤도 인공위성들이 급증하면서 천문학자들의 관측을 방해한다는 견해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세계적 석학의 초청 강의는 우주의 신비를 한국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 최초로 블랙홀을 관찰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국제연구단장 셰퍼드 돌먼, 우주 가속팽창 이론으로 2011년 노벨상을 받은 브라이언 슈밋 국립호주대 교수 등의 강연이 마련됐다. 강 교수는 “세계 800명 이상의 천문학자가 한국에 집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남편인 류동수 UNIST(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우주 충격파를 연구하고 있다. 강 교수가 발표한 SCI급 논문은 총 120편, 피인용 횟수는 7751건이다. 1983년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대학원에서 이론천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