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연봉 전쟁'…네이버·카카오, 2분기 실적까지 '암울'

입력 2022-08-01 21:00
수정 2022-08-02 09:0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고성장세를 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2분기에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경기침체 등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두 기업 모두 연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떨어졌다. 네이버·카카오가 앞장선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적 임금 상승 역시 독이 됐다는 평가다.독이 된 '연봉 전쟁'…2분기 영업익 추정치 14% 하락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1조9800억원, 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대비 각각 3.38%, 14.6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도 1조8500억원으로 3.97% 줄었고, 영업이익도 2100억원에서 1900억원 수준으로 14.33%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 배경으로 광고 시장 위축과 인건비 등을 꼽았다. 최근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을 줄이는 가운데 인재 확보를 위한 인건비 상승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13조9889억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20.4%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는 올해 광고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돼 작년보다 9.3% 늘어난 15조2842억원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실적을 크게 좌우하는 인터넷 광고 시장 역시 올해 8조5221억원으로 성장률이 13.4%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성장률(31.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광고 사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매출 비중의 절반을 넘는 핵심 수익원.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네이버의 주력 사업인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부문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11%, 19% 증가에 그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인건비, 마케팅비 등 주요 비용은 2분기에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22% 하향 조정했다.

인건비 부담도 실적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초부터 판교 IT 업계는 개발자 구인난에 허덕이면서 경쟁적으로 스톡옵션(주식 보상)과 연봉 인상안을 제시해왔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급여 총액은 각각 5615억원과 5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44.9%, 77% 크게 뛰었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 톡비즈는 광고 성장세 둔화, 커머스 계절성 등의 영향으로 성장율이 기대를 밑돌 것"이라며 "비용단에서 인건비, 외주·인프라 비용이 높게 유지되는 등 영향으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연구원도 카카오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기존 대비 27% 내려잡았다. 양사가 올해 연봉을 10~15% 인상한다고 예고한 만큼 하반기에도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카, 올 초대비 주가 30% '뚝'…"믿을건 K 콘텐츠"실적 둔화 전망이 지속되면서 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32%, 34% 하락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가파른 성장이 이제는 한계에 부딛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시장 한계에 직면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콘텐츠 역량 강화와 해외 시장 다각화, 메타버스 사업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중소상공인 대상 커머스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북미 시장에서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일본, 북미, 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해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돌파, 매출 15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이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국내외 파트너십의 시너지를 통해 '멀티플' 성장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3.0 단계에 돌입했다"며 미래 청사진을 소개한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올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확대하고 메타버스 사업 등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카카오는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프랑스에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 콘텐츠 글로벌 거래액을 3배 늘리고 북미 시장 거래액을 5000억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카카오톡을 기존 지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 관심사 기반 비(非)지인 서비스로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도 나선다. 궁극적으로 '카카오 메타버스' 등 신사업으로 생존 활로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내년 초 카카오톡 오픈채팅 별도 앱 출시가 기대된다"며 "현재 카카오의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인 2만원을 고려하면 연간 매출 규모는 1800억원 수준으로, 신규앱에 고강도 광고를 붙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정치 상향 여지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