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이 빠르게 확산해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유럽과 남미 지역에선 원숭이두창으로 세 명이 사망했다.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원숭이두창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온 미국에선 뉴욕시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29일 원숭이두창 첫 사망자가 나온 데 이어 30일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브라질도 29일 원숭이두창 감염에 의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원숭이두창 사망자가 나온 첫 사례였다. 이로써 원숭이두창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아프리카 지역 사망자(5명)를 포함해 총 8명으로 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환자는 29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2만2485명에 달한다. 미국 내 확진자가 5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뉴욕주 확진자가 1345명으로 최다였다. 특히 뉴욕시의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뉴욕시는 30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샌프란시스코시에 이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두 번째 도시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약 15만 명의 뉴욕 시민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늘고 있지만 백신 공급은 빠듯한 상황이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허가한 원숭이두창 백신인 지네오스 백신 55만 명 분량(1인당 2회 접종)을 확보한 상태다. 이 물량으로는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동성애 또는 양성애 집단 160만 명의 34%가량만 접종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오는 10월까지는 백신이 추가 공급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동남아시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필리핀 당국은 7월 초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자국민이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