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당 대표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8·15 특별사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인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친문 세력이 결집하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르면 9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유력한 가운데 야권에선 ‘대통합’ 차원에서 김 전 지사를 사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 전 지사는 현재 형기의 약 60%를 채운 상태다.
김 전 지사 사면이 이뤄지면 ‘이재명 대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결로 압축된 당 대표 선거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친문계에는 김 전 지사가 친명계에 맞설 구심점이 될 수 있어서다.
이재명 후보의 당권 경쟁자인 강훈식·박용진 후보도 김 전 지사의 사면 복권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강 후보는 지난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 통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김 전 지사가 사면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대선주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약 10년간 민주당 내 주류였던 친문 진영은 정권교체 후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도 친문의 지지를 받은 강병원·설훈 의원은 모두 탈락했고, 친문과 거리가 있는 세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사면은 신주류로 부상하려는 친명계에 어느 정도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