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은 “한국 해운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해운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호황 이후 닥칠 긴 불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이루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해운기업인 HMM은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는 해상운임 급등에 따른 일시적 호재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조 장관은 지난 7월 27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이 해운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제2의 한진해운 사태(2016년 한진해운 파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한국 해운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HMM을 비롯한 한국 해운이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만의 호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머스크, MSC 같은 글로벌 선사들은 이번에 번 돈으로 앞다퉈 친환경선을 도입하고 세계 각지의 주요 터미널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 해운이 갈 길이 멀다.”
▷새 정부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만약 한진해운이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한국 해운산업이 도달했을 수준까지 양적, 질적으로 역량을 회복시키는 것이 첫 목표다. 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해 15조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한진해운 파산 직전 양사 합산 선복량(105만TEU,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을 넘어서고, 2026년까지 120만TEU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120만TEU는 한진해운이 건재해 계속 성장했다면 한국 해운산업이 ‘이만큼 늘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규모다. 과거 잃어버린 항만 터미널과 철도망 등 육상 물류 자산도 복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
“HMM의 최대 강점은 북미 노선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위해 로스앤젤레스 및 시애틀 항만과 같은 북미 서안 핵심 자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맞춰 동남아 물류망을 확보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해양진흥공사, 항만공사가 단순히 지원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지분 투자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환경규제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탈탄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오히려 이를 미래 해운·조선시장을 선점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평형수에 대한 환경 규제를 도입하자 국내 기업들은 되레 공격적 연구개발(R&D)을 통해 평형수처리장치 시장을 선점한 과거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기술인 수소·암모니아 기반의 무탄소 추진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글로벌 규제를 성장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항만 발전에 대해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한국은 세계 4위 항만 국가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게 문제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 상반기 2.5%로 추락했는데, 물동량이 큰 폭으로 줄 우려도 있다. 결국 항만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2026년까지 인천신항과 광양항에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을 도입하고, 부산신항과 진해신항도 자동화 항만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선사들이 운임을 담합했다고 판단해 업계에서 논란이다.
“업계는 이의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화주가 절대적인 ‘갑’의 위치를 차지하는 해운산업 특수성이 공정위 판단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정위와 해운 공동행위 관리를 체계화하는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어떤 해법이 있나.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오염수 방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 건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오염수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해류예측모델 고도화 사업도 마무리 단계다.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도 철저한 모니터링을 요구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