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1위 보쉬는 왜 특허 조직을 독립시켰나

입력 2022-07-31 17:30
수정 2022-08-01 01:04
자동차 부품 세계 1위 기업 보쉬는 5년 전 자사의 특허 담당 조직을 별도 건물로 독립시켰다. 연구개발(R&D) 방향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특허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져서다. 특허 전담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150명에 이르렀다.

1866년 설립된 보쉬의 157년 역사는 자동차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1902년 가솔린 엔진 점화플러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자동차 기술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스타터, 스티어링 휠(핸들), 전조등·후미등, 경적, 방향지시등, 와이퍼 등에 이어 디젤연료 분사펌프까지 30여 년간 ‘인류 최초 발명’을 이어갔다. 모든 차량에 탑재되는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도 1978년 보쉬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비상장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보쉬의 ‘기술 제일 DNA’가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를 맞아 특허 전담 조직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난 김병학 보쉬 변리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계공학 담당 특허 부서와 전기·전자공학 담당 부서가 분리돼 있었으나 최근 합쳐졌다”며 “첨단 기술 융합 시대를 맞아 전사적으로 특허 관리에 힘을 더 많이 쏟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직원 40만여 명을 두고 있는 보쉬는 지난해 매출 787억유로를 올렸다. 모빌리티 부문 매출이 58%(453억유로)로 가장 크다. 전동공구,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음향설비 등 컨슈머 부문이 27%(210억유로)로 두 번째로 많다. 나머지는 산업장비 및 소프트웨어(8%), 에너지(7%)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AIoT 기술과 시스템반도체로 완성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보쉬는 2017년 별도로 대규모 AI센터를 건립한 데 이어 지난해 드레스덴에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새로 준공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보쉬의 R&D 인력 7만6000명 가운데 절반인 3만8000명이 AIoT를 고도화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보쉬는 최근 우주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지구 상공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AI 기반으로 각종 음향을 감지하는 시스템 ‘사운드 시’를 2019년 공급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ISS 내 자율비행 로봇 ‘아스트로비’에 탑재됐다. ISS 내 기계 설비 등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ISS에 상주하는 우주인 엔지니어들에게 미리 알리는 역할이다.

슈투트가르트=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