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증설에 반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현지 실사’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해외 투자의 규모와 현황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현장 실사까지 한 보기 드문 사례다. 최근 금호타이어는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31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최근 베트남 호찌민 인근 빈즈엉성에 증설 중인 현지 공장 공사 현장을 다녀왔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지은 이 공장에 340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내년 1분기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타이어에 물리는 반덤핑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국내 생산 타이어에 21.7%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베트남산 제품은 세율이 7.9% 수준에 불과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공장 증설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022년 임단협을 시작하면서 “조합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해외공장 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회사를 압박했다. 회사 측은 자료를 요청하면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조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현장 실사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실사를 다녀온 뒤 노조의 움직임은 훨씬 격해졌다. 노조는 귀국 후 “베트남 공장을 실사한 결과 증설이 완료되면 국내 고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 공장은 증설 후 연 1250만 개의 타이어를 제조할 수 있어 생산량이 연 1400만 개인 광주공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미 해외공장은 국내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기로 노조와 합의를 마쳤다”며 “베트남 공장은 미국 관세 대응과 저가 시장 전진기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협상도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분기 타사(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이 30% 급감했고 금호타이어는 영업이익 5억원을 달성했다”며 기본급 14만2300원, 반납 상여금 200% 환원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경우 32% 줄어든 영업이익이 126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금호타이어와의 비교는 무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2분기 영업이익도 1분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