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강달러와 중국 봉쇄,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환경이 악화된 와중에도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기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대거 끌어오면서 아이폰 13 시리즈가 흥행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매출이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대거 유입”애플은 28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분기(자체 회계기준 3분기) 매출이 830억달러(약 180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시장 추정치(828억1000만달러)도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EPS)은 1.2달러로 시장 추정치인 1.16달러를 제쳤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이 406억7000만달러(53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기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추정치(383억3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담당하는 DX 부문 매출(44조4600억원)보다도 크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3 시리즈의 판매 호조가 3개 분기째 이어졌다. 애플이 일반적으로 3분기에 새 모델을 출시하는 만큼 2분기는 아이폰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진영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영향이 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 CEO는 이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넘어온 소비자(스위처) 수가 기록적인 수준”이라며 “(2분기) 아이폰 신규 사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2019년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쓸 수 없게 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당시 화웨이 스마트폰을 쓰던 소비자들이 교체 시기를 맞아 애플로 눈을 돌렸고, 애플은 성능과 디자인 혁신으로 중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2015년 이후 약 7년 만에 점유율 1위(23%)를 기록했다.
○‘애플 생태계’로 독보적 1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과 부품 공급난 등으로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를 전년보다 5% 감소한 2억5700만대로 낮췄다. 그러나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위 프리미엄 기업 자리를 굳히고 있다. 팀 쿡 CEO는 이날 “인플레이션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며 “3분기(7~9월)에 실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나홀로 질주’를 이어가는 비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애플 생태계’에 있다. 아이폰과 맥북, 애플워치 등 전 제품을 하나의 아이디로 쓸 수 있다.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사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앱스토어와 애플TV+, 애플뮤직 등이 포함된 서비스 부문은 2분기 12.1% 증가했다. 애플 사업 부문 중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분기 말 기준 애플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 수는 8억6000만명으로 1분기 8억2500만명에서 3500만명가량 늘었다.
가장 큰 우려였던 공급망 차질도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다. 지난 4월 1분기(자체 회계기준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 애플은 2분기에 공급 제약으로 매출에서 40억~80억달러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 제품의 85%가 조립되는 중국이 코로나19 여파로 대도시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2분기 공급 제약 관련 비용은 40억달러 이하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시장 추정치를 웃돈 실적을 발표하면서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97% 상승했다.
노유정/이승우 기자 yjroh@hankyung.com